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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종교

이판사판 화엄경 (재미있고 혁명적인 화엄경 게송 풀이) - 성법스님

by Jerry Jung 2021. 4. 3.

이판사판 화엄경 (재미있고 혁명적인 화엄경 게송 풀이) - 성법스님

게송 시작 부분에서 '나의 본성이 없다'라고 합니다. 먼저 공空이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지 말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께서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공의 관념이 오히려 제 설명에 도움이 도지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공의 이해가 그리 간단치 않은 것이지요.

이판사판 화엄경. 저자는 성법스님이다. 이판과 사판은 원래 화엄경에 나온 말로 세계의 차원을 '理와 事' 두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의 세계에 대한 판단이며, 사판은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에 대한 판단이다. 흔히 이판은 참선, 경전공부, 포교등 불교의 교리를 연구하는 스님이고, 사판은 절의 살림을 맡아 하는 스님으로 얘기되곤 한다.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은 불교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태였다. 승려는 최하계층의 신분이었으며, 당시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판사판은 그 자체가 '끝장'을 의미하는 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화엄경은 총 80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대승경전이다. 예전에 고은의 소설 화엄경과 무비스님의 화엄경 강의 책을 본 바가 있다. 고은의 소설 화엄경은 선재동자가 53인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입법계품을 소설화 시켜서 만든 것이고, 무비스님의 화엄경 강의는 입법계품 중 서두부분에 대한 경전 풀이이다. 이 모두 화엄경의 아주 극히 일부만을 소개한 것으로 일반인이 화엄경 전부를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책의 제목이나 표지에서 보면 짐작할 수 있 듯 어렵고 방대한 화엄경의 경전풀이가 아니다. 불교 초심자들도 읽으면 공감이 가는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해서 지금 현실에 직면해 있는 불교계의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비판하고 있다. 소위 기복불교로 소원성취 보험회사로 전락해 버린 우리내 사찰들. 수행을 통해 자아본성을 찾는 본질적인 불교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는 다만 불교만의 문제점만은 아닐 듯 싶다. 물론 화엄경 게송 일부를 통해 맛보기에 불과하겠지만, 이렇게 쉽게 화엄경에 대해 설명한 책은 드물듯 싶다. 변화하는 현대 문화에 맞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다.

 

끝으로, 화엄경을 바탕으로 지은 시 의상대사 법성게 일부 게송을 한 번 되새겨 본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하나 가운데 모든 것이 있고 많은 가운데 하나뿐이오.

하나로부터 많은 것이 되고 많은 것이 곧 하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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