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

사랑은 없다 - 쇼펜하우어 인생론 에세이

by Jerry Jung 2020. 9. 2.

사랑은 없다 - 쇼펜하우어 인생론 에세이

우리가 이성을 선택할 때 자기 기준으로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선택이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정신의 방식에 순종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의 기호나 기준이 어디서 나왔는지 살펴보면 자유 의지에서 나왔다고 말할 수가 없다. 우리들이 무심히 보아 넘기는 여러가지 사실들이 매우 중요하다. 두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기 위해 맞선을 보면서 마주앉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긴장해 있으면서도 순식간에 아주 재빨리 상대방의 구석구석을 날카롭게 관찰하면서 예리한 눈빛으로 신체의 모든 구석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계산하고 있다. 우리들의 인간 행위에서 이보다 신비롭고 진지한 행위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상대방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가는가?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의 결합으로 미래에 태어날 자녀에 대한 세심한 배려이며, 상대방 이성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욕망은 바로 이 배려의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행복을 얼마나 누리는가를 측정해 보려면 기쁨보다 괴로움이 얼마나 많은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괴로움의 내용이 작을 것일수록 그가 누리는 행복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그가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큰 불행이 닥치면 작은 근심따위는 거들떠 볼 경황도 없다. 큰 그늘은 작은 그늘을 덮어버린다.

 

사랑은 없다. 쇼펜하우어의 희망에 대하여 책 이후 다시 한번 그의 책에 손이 가게 되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비슷하지만 포장은 더 잘해 놓은 것 같다. 사실 쇼펜하우어의 첫주제로 시작한 사랑론. 여기서의 사랑은 자비, 연민의 의미와는 다른 에로스적인 성본능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물론, 그의 의견에 100%로 동감하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할 내용이 상당히 많다.

 

사랑은 없다라고 단호히 말했던 그가 오히려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가 왜 "나는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한다."라고 말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지도.

 

이 책 중에 쇼펜하우어의 한가지 제안이 생각난다. 우리가 상대방을 부를 때 아무개 씨라고 부르지 말고 그 대신 '고뇌하는 나의 벗'이라고 서로 불러주자고. 물론, 처음에야 어색할 지 모르겠지만...

 

 

댓글